비건이 되고 환경오염에 대해 알아가면서 내가 예전부터 구매해왔던 제품들 대부분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옷, 신발, 화장품 등등 환경, 동물, 인간에게 최대한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사려고 노력하다 보니 브랜드들의 뒷조사(?)가 습관이 되었다.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 읽어보면서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단순히 제품뿐 아니라 포장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새로운 브랜드를 물색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을 발견하면 무조건 응원하고 싶어졌다. 나와 함께 가치를 두는 제품들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고마웠다. 이런 사람들을 내가 직접 광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인터뷰어의 입장이었는데 몇 주 전에 인터뷰이가 될 기회가 생겨 내가 왜 이 채널을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전미팅 중 나의 오랜 주저리 끝에 정리된 생각은 ‘가치소비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잘하는 것과 세상에 필요한 것의 교집합이 되는 콘텐츠의 주제는 환경문제(특히 환경오염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육류 소비) 때문이기도 했다. (이키가이) ‘소비자에게 돈은 투표권’이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었다. 이 말이 생각날 때마다 내가 어떤 제품을 사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고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모두 나의 투표권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채널을 만들 때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찐템’을 소개한다면 제품과 브랜드가 저절로 홍보되겠다고 생각해서 주변에 환경을 위해 소비하는 지인들을 섭외해서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주변에 인터뷰할 지인이 그다지 많지 않고 ‘찐템’을 가지고 있는 개인 소비자를 꾸준히 섭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어 내는 데 제약이 있었다. 게다가 채널 개설 목표 중에 하나인 ‘수익이 발생되는 광고영상’을 만들려면 일단 구독자 수를 무시할 수 없는 터인데,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인을 인터뷰하는 영상은 포기하고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할 때쯤 제주도로 이사 오게 되었다. 제주엔 언뜻 인스타로만 봐도 환경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 보였고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재밌는 기획의 이벤트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해양쓰레기를 주우면(봉그깅) 식사 또는 음료를 할인해주는 이벤트, 해양쓰레기를 주워 업사이클링 소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팀, 채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씩 채식을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팀, 매일 아침 모여서 함께 쓰레기를 줍자고 얘기하는 팀 등등 제주에는 이런 분들이 많아 보였고 이런 분들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제안서를 보내기 시작했고 나는 영상 제작을 핑계로 부족한 영상 실력에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는 대표/개인들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1대1로 살펴보는 특별한 행운의 시간을 얻기 시작했다. 귀하신 시간을 내주시는 분들이기에 앞으로 좀 더 잘 ‘광고’하고 싶다
*아래의 글은 최근 리뉴얼된 채널을 소개하기 위해 정리해 놓은 글입니다
<소비 이야기> 채널의 이름을 바꾸고자 합니다. 다소 소비지향적이고 채널에 들어가면 왠지 하울영상(유튜버가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의 일종)이 있을 것 같은 이름 대신, <Planet A> 라는 이름으로 여러 콘텐츠를 제작해보려 합니다. 탄소중립의 정책 실현이 필수가 되어버린 시점부터 나온 “There is no planet B!”라는 문구는 저에게는 우리에게 두 번째 행성은 없다는 말을 뜻합니다. 어떤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 주된 계획(plan A)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진행되는 ‘plan B’라는 단어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를 함부로 사용한 뒤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다른 행성(planet B)은 없다는 말입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지구(planet A)라는 행성은 우리에게 유일한 행성입니다. <Planet A>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분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영상에도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주시는 많은 분과 시청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_Planet A에 잘 살고 싶은 민은별
https://www.youtube.com/watch?v=0iAMJgru5lc&t=2s